FUJIFILM후지필름 HOP 한남
후지필름의 글로벌 플래그십 HOP의 한국 1호점입니다. 본사가 가진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어디까지 지키고 어디를 다시 해석할지 조율하는 일에서 시작해, 한국적 미감으로 브랜드를 번역하고 시공까지 수행했습니다. 3개사 블라인드 비딩으로 선정되었습니다.
- CLIENT
- 후지필름
FUJIFILM KOREA - LOCATION
- 서울 한남동
이태원역 2번 출구 - CONCEPT
- 감각의 프레임
THE FRAME OF SENSES - SCOPE
- 공간 아이덴티티
설계 · 시공
브랜드 과제THE CHALLENGE
후지필름 HOP에는 이미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있었습니다. 분량이 상당한 가이드북을 검토했지만, 공간에 대한 감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 글로벌 기준을 그대로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지키고 어디를 다시 해석할지를 본사와 조율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무드보드 세 안을 제안했고, 그중 한국적 정서를 미니멀하게 푼 안이 선택되었습니다.
사진 촬영과 인화, 인스탁스 체험이라는 콘텐츠는 이미 갖춰져 있었습니다. 남은 문제는 그 경험을 어떤 공간의 언어로 옮길 것인가였습니다.
3년 전 롯데 시그니엘 쇼룸에서 같은 본사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세 개 업체가 참여한 블라인드 비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감각의 프레임CONCEPT
제안한 컨셉의 이름은 감각의 프레임이었습니다.
사진은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잘라내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공간도 프레임의 연속이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한옥의 창호가 마당을 잘라내듯, 매장 안의 구조물이 시선을 잘라내고 다시 이어 붙이도록 구성했습니다.
동선은 시계 방향으로 풀었습니다. 5시 방향 입구에서 카메라 쇼룸을 마주하고, 중심부의 비워진 중정에서 인스탁스와 필름을 만납니다. 9시 방향에 카운터와 프린팅 존을 두어 촬영에서 인화로 이어지는 과정이 끊기지 않게 했고, 11시에 전시 도서와 이벤트 보드를, 12시에 대형 스탠드를 두어 세미나와 휴식을 함께 받도록 했습니다.
한남동은 서울에서도 차분한 감도를 가진 동네입니다. 브랜드 경험을 나열하는 대신 그 동네의 공기와 어우러지는 쪽을 택했습니다.
기존 현장EXISTING SITE
처음 마주한 것은 배관이 그대로 드러난 콘크리트 골조였습니다. 마감이라 부를 것이 아직 없는, 물성 그 자체의 공간이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상태가 이후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가릴 것이 없다면 드러난 재료로 말하면 된다는 판단이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재료MATERIAL
이 프로젝트에서 로고는 건드릴 수 없었습니다. 백 년 넘게 단일한 이미지를 쌓아온 브랜드에게 로고는 이미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었고, 한국 지사와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글로벌 로고를 변형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물성으로 말하기로 했습니다. 로고에 손대지 않고 재료와 빛만으로 후지필름이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이번 SI의 과제였습니다.
가이드라인상 필수였던 진열장의 화이트 오크 각재 프레임은 한옥 창호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다시 짰습니다. 각재 사이를 한지로 채우자 빛이 은은하게 머물며 층위가 생겼습니다. 프레임 너머에는 브론즈 미러를 두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상과 한지 프레임이 겹치면서,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는 듯한 깊이가 만들어집니다.
중정의 기둥에는 실제 한옥에서 쓰였던 고재를 썼습니다. 천장은 바리솔로 하늘빛을 대신했고, 바닥은 어두운 전돌로 눌렀습니다. 수십 년을 견딘 고재의 거친 질감은 짧은 찰나를 기록하는 인스탁스와 묘하게 붙습니다.
프린트 존은 암실을 모티프로 붉은 조명을 넣고, 천장에 원목 서까래를 격자로 짜 넣었습니다. 카운터 상부는 화이트 오크와 전주에서 공수한 백선지로, 하부는 포천석으로 마감했습니다. 가벼운 한지와 단단한 석재의 대비가 공간을 눌러 앉힙니다.
- 한옥 고재
- 화이트 오크 각재
- 한지
- 전주 백선지
- 브론즈 미러 (동경)
- 포천석
- 전돌
- 바리솔
- 화이트 파벽돌
- 광목천
- 유리 · 자갈
공간 적용SPATIAL APPLICATION
중정은 현대적인 쇼룸 안에 놓인 작은 마당입니다. 위에서 면으로 퍼지는 빛이 고재의 결을 타고 내려오며 공간 전체를 차분하게 감쌉니다.
라운지는 평소에는 대기 공간이고 행사 때는 관객석이 됩니다. 바닥의 화이트 파벽돌을 벽면 상단까지 끌어올려 하나로 묶었고, 스탠드형 의자 사이에는 쇼룸과 같은 브론즈 미러를 넣어 통일감을 유지했습니다. 천장에는 광목천을 길게 늘어뜨렸습니다.
바닥 일부는 유리로 마감하고 그 아래 자갈을 채웠습니다. 자칫 단조로울 평면에 발밑의 깊이를 하나 더 넣은 것입니다.
사진책 팝업 구간에서는 원목 서까래를 천장에 걸어 올렸습니다. 장식이 아니라 조명을 지지하는 구조체로 쓰이도록 했습니다. 서까래 사이로 떨어지는 빛이 책의 질감을 살립니다.
시공 실행CONSTRUCTION
중정의 고재는 비슷한 자재를 사다 쓰지 않았습니다. 제재소를 직접 찾아가 공간의 스케일에 맞는 것을 골라내고, 결을 확인하고, 하나하나 켜서 가공했습니다.
고재는 같은 굵기라도 결과 갈라짐이 다 다릅니다. 어떤 면을 앞으로 보낼지, 어디를 잘라낼지는 도면에 적을 수 없고 현장에서 정해야 합니다. 이 다섯 장이 그 과정입니다.
현장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태원역 인근이라 주말마다 예상 못 한 상황이 생겼고 주차도 문제였습니다. 한국적인 미감을 정교하게 구현하는 일도 일반적인 현장보다 기술적으로 까다로웠습니다.
설계와 시공이 나뉘어 있었다면 고재는 사양서 한 줄로 남았을 것입니다. 직접 짓는 쪽이 재료를 고르러 갈 수 있습니다.
결과OUTCOME
준공 후 일본 본사 관계자들이 직접 답사했습니다. 공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향후 공간 구성에 참고하겠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받아 지은 매장이 거꾸로 본사의 참고 자료가 된 셈입니다.
준공 촬영은 후지필름 GFX100 II로 했습니다. 후지필름의 공간을 후지필름의 중형 카메라로 기록했고, 큰 화면에서 자재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PHOTOGRAPHY · FUJIFILM GFX100 II / 2025.10 · 11
제공 범위
- 공간 아이덴티티 개발 — 컨셉 3안 제안, 글로벌 가이드라인 재해석 범위 조율
- 공간 설계 — 동선 계획, 마감 체계, 조명 계획
- 자재 선별 — 한옥 고재 직접 선별 및 가공, 전주 백선지 수급
- 직영 시공 — 한남동 플래그십
- 준공 촬영 — FUJIFILM GFX100 II
참여
- Planning · Design IM100 COMMUNICATIONS
- Construction IM100 COMMUNICATIONS
- Photography IM100 COMMUNICATIONS
- Client FUJIFILM KOREA